성경을 오래 읽어 온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은 의외로 단순하다. 성경 전체가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를 하나로 꿰는 줄거리가 무엇이냐는 물음이다. 많은 신자가 성경의 개별 이야기는 알지만 그 전체가 어떻게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지는 답하지 못한다. 이 물음에 명료하게 답해 온 책이 그레엄 골즈워디의 복음과 하나님의 나라(Gospel and Kingdom)다. 골즈워디는 호주의 성공회 신학자로, 성경을 어떻게 한 흐름으로 읽을 것인가라는 물음에 평생 천착한 인물이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분명하다. 성경
박서연 · 2026-05-31
왜 선하신 하나님이 고통을 허락하시는가.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부딪치는 물음이다. 이 물음에 가장 정직하게 답한 책을 찾는다면, C. S. 루이스의 두 권을 함께 권하고 싶다. 고통의 문제(The Problem of Pain)와 헤아려 본 슬픔(A Grief Observed)이다. 한 사람이 쓴 두 책이지만, 두 책은 전혀 다른 자리에서 쓰였다. 이 둘을 나란히 읽을 때 비로소 한 진실이 드러난다. 루이스를 이해하려면 그의 삶의 궤적을 알아야 한다. 그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무신론자로 자랐다. 옥스퍼드와 케임브
유찬호 · 2026-05-31
개혁주의 신앙의 토대를 알고 싶다는 청년에게 무슨 책을 권할 것인가. 망설임 없이 한 권을 꼽는다면 칼뱅의 기독교 강요(Institutio Christianae Religionis)다. 이름은 누구나 들어 봤지만 실제로 펼쳐 본 사람은 드문 책이다. 두껍고, 오래되었고, 어렵다는 인상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러나 이 책이 왜 지금도 권할 만한지를 알면 그 인상은 달라진다. 이 책은 칼뱅이 스물여섯 살이던 1536년에 초판이 나왔다. 처음에는 얇은 입문서였으나 칼뱅은 평생에 걸쳐 이를 다듬고 늘려 1559년 최종판에 이르렀다. 흥미로
최다은 · 2026-05-31
많은 교회에서 세례와 입교는 짧은 문답과 함께 치러지는 행사다. 몇 가지 질문에 답하고 서약하면 교인의 자격이 주어진다. 절차는 간소하고 준비 기간도 길지 않다. 그러나 교회 역사에서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이렇게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랜 배움의 끝에 서는 일이었다. 초대 교회는 세례를 받기 전 상당한 기간의 교육 과정을 두었다. 이 과정에 있는 사람을 학습교인(catechumen)이라 불렀고, 그들을 가르치는 일을 교리교육(catechesis)이라 했다. 신앙의 기초를 배우고, 삶이 복음에 맞게 빚어지는지 검증받고, 공
정한결 · 2026-05-31
서점의 영성 코너에는 매년 새로운 메시지가 쏟아진다. 내 안의 신성을 깨우라는 말, 진정한 나를 발견하면 자유로워진다는 말, 긍정의 선포가 현실을 바꾼다는 말이다. 표지는 현대적이고 언어는 세련되었다. 그러나 그 핵심을 교회사의 빛 아래 비추어 보면, 새로워 보이는 것들 대부분이 실은 오래된 오류의 재포장임이 드러난다. 이 진단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반론이 가능하다. 시대마다 신앙은 그 시대의 언어로 표현되어야 하며, 새로운 표현을 무조건 옛 이단으로 몰아붙이는 일이야말로 경직된 태도라는 것이다. 이 반론에는 정당한 부분이 있다.
유찬호 · 2026-05-31
사람들은 이제 AI에게 일을 빨리 끝내 달라고만 하지 않는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2025년 분석에서, 생성형 AI의 사용처 상위 세 가지는 업무도 생산성도 아니었다. 상담과 동반, 삶의 정리, 그리고 삶의 목적 찾기였다. 도구에게 효율을 구하던 자리에서, 이제 사람은 자기 자신을 묻는다. 내가 누구냐고. 복음연합(TGC) 켈러문화변증센터는 최근 "How AI Deepens Our Identity Crisis"에서 이 장면을 정확히 짚었다. 진단은 냉정하다. AI는 인류에게 없던 병을 새로 옮기지 않는다. 현대인이 오래 앓아 온
유찬호 · 202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