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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한복판에서 묻는다, C. S. 루이스의 두 권을 나란히 읽는 법

유찬호 기자·기사작성일 : 2026-05-31 00:00
고통의 한복판에서 묻는다, C. S. 루이스의 두 권을 나란히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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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하신 하나님이 고통을 허락하시는가.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부딪치는 물음이다. 이 물음에 가장 정직하게 답한 책을 찾는다면, C. S. 루이스의 두 권을 함께 권하고 싶다. 고통의 문제(The Problem of Pain)와 헤아려 본 슬픔(A Grief Observed)이다. 한 사람이 쓴 두 책이지만, 두 책은 전혀 다른 자리에서 쓰였다. 이 둘을 나란히 읽을 때 비로소 한 진실이 드러난다. 루이스를 이해하려면 그의 삶의 궤적을 알아야 한다. 그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무신론자로 자랐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서 영문학을 가르친 학자였으며, 톨킨을 비롯한 지인들과의 긴 대화 끝에 마침내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그 회심 과정을 담은 책이 당나귀를 탄 하나님(Surprised by Joy)이다. 무신론의 논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신앙을 택했다는 사실은, 그의 변증에 무게를 실어 준다. 회심 이전의 그가 충분히 알던 반론들을 그는 정직하게 마주하며 답을 찾아 갔다. 먼저 고통의 문제는 1940년에 나왔다. 루이스가 고통이라는 주제를 지성으로 다룬 변증서다. 그는 여기서 고통이 왜 선한 하나님과 모순되지 않는지를 차근차근 논증한다. 인간의 자유, 타락한 세계, 고통이 지닌 일깨움의 기능을 다루며, 고통을 하나님이 무관심하지 않으시다는 증거로까지 읽어낸다. 그는 고통을 귀먹은 세상을 깨우는 하나님의 확성기라고 표현했다. 논리는 명료하고 설득은 단단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 책을 쓴 지 약 20년 뒤, 루이스는 늦은 나이에 결혼한 아내 조이를 암으로 잃는다. 그리고 그는 다시 펜을 들어 헤아려 본 슬픔을 쓴다. 이 책은 변증서가 아니다. 아내를 잃은 한 남자가 슬픔의 한복판에서 휘갈겨 쓴 일기에 가깝다. 충격적인 것은 그 내용이다. 고통을 논리로 정리했던 사람이, 정작 자기 고통 앞에서는 하나님이 문을 닫아거신 듯한 침묵을 토로한다. 이 두 책을 따로 읽으면 절반만 보게 된다. 함께 읽을 때 비로소 한 진실이 드러난다. 신앙은 고통을 설명하는 이론과 고통을 통과하는 경험, 그 둘 모두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머리로 정리한 답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답만으로는 슬픔의 밤을 건널 수 없다. 루이스는 두 책을 통해 보여 준다. 지성의 답과 영혼의 절규는 적이 아니라 한 신앙의 두 얼굴이다. 여기서 분별할 것이 있다. 헤아려 본 슬픔의 솔직한 절규를 신앙의 실패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루이스는 끝내 하나님을 떠나지 않았다. 그의 절규는 믿음을 버리는 절규가 아니라 믿음 안에서 몸부림치는 절규였다. 시편의 탄식시가 그러하듯, 하나님께 따져 묻는 일조차 신앙의 한 형식이다. 루이스의 슬픔은 결국 더 정직하고 더 깊은 신뢰로 나아간다. 책의 후반부에서 그가 도달하는 것은 쉬운 위로가 아니라, 시험을 통과한 뒤 더 견고해진 신앙의 자리다. 한국 교회의 독자에게 이 두 권은 특별한 쓸모가 있다. 한국 교회는 고통을 다루는 데 서툴렀다. 고통을 너무 빨리 설명하거나, 충분히 믿으면 사라질 것으로 가르치거나, 침묵 속에 묻어 두었다. 루이스는 다른 길을 보여 준다. 고통을 정직하게 사유하되 값싸게 봉합하지 않는 길, 슬픔을 솔직하게 토로하되 신앙을 버리지 않는 길이다. 고통의 한복판에 있는 이에게는 헤아려 본 슬픔을, 그 고통을 신앙으로 이해하려는 이에게는 고통의 문제를 권한다. 답과 절규가 한 자리에서 만날 때, 신앙은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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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찬호

작성일 : 202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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