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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을 다시 듣는다는 것, 골즈워디의 복음과 하나님의 나라가 던지는 질문

박서연 기자·기사작성일 : 2026-05-31 00:00
복음을 다시 듣는다는 것, 골즈워디의 복음과 하나님의 나라가 던지는 질문

Photo by Mary Skrynnikova on Unsplash

성경을 오래 읽어 온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은 의외로 단순하다. 성경 전체가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를 하나로 꿰는 줄거리가 무엇이냐는 물음이다. 많은 신자가 성경의 개별 이야기는 알지만 그 전체가 어떻게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지는 답하지 못한다. 이 물음에 명료하게 답해 온 책이 그레엄 골즈워디의 복음과 하나님의 나라(Gospel and Kingdom)다. 골즈워디는 호주의 성공회 신학자로, 성경을 어떻게 한 흐름으로 읽을 것인가라는 물음에 평생 천착한 인물이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분명하다. 성경 전체를 꿰는 줄거리가 하나님의 나라라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정의는 간결하다. 하나님의 나라란 하나님의 다스림 아래 있는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의 땅에서 사는 것이다. 이 단순한 틀로 그는 성경 전체를 읽어낸다. 에덴에서 그 나라가 세워지고, 타락으로 잃어버리고, 구속의 역사를 통해 회복되며,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 책이 중요한 이유는 성경을 읽는 방식 자체를 바꾸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성경을 도덕 교훈의 모음집이나 영감을 주는 명언집으로 읽는다. 다윗에게서 용기를, 요셉에게서 인내를 배우는 식이다. 그러나 골즈워디는 이런 독법이 성경의 핵심을 놓친다고 본다. 성경의 모든 부분은 결국 그리스도를 가리키며, 구약의 사건과 인물은 장차 올 그리스도와 그분이 세우실 나라를 예표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리스도 중심적 성경 해석이며, 개혁주의 성경관의 핵심이다. 여기서 골즈워디가 경계하는 두 가지 오독을 살펴볼 만하다. 하나는 구약을 단순한 도덕 교과서로 읽는 것이다. 이렇게 읽으면 성경은 자기 계발서와 다를 바 없어진다. 다른 하나는 구약과 신약을 단절시키는 것이다. 구약은 율법의 시대, 신약은 은혜의 시대로 갈라 놓으면 성경의 통일성이 깨진다. 골즈워디는 두 오독 모두를 거부하고, 구약과 신약이 하나님의 나라라는 한 줄기로 이어진다고 본다. 이 책은 골즈워디의 성경신학 3부작 중 첫 번째다. 이후 복음과 지혜(Gospel and Wisdom), 복음과 계시(Gospel and Revelation)가 이어지며 지혜문학과 예언서를 같은 틀로 읽어낸다. 세 권을 차례로 읽으면 구약 전체가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로 묶이는 경험을 한다. 특히 시편과 잠언 같은 책들이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어떻게 읽힐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2권은, 지혜문학을 막연하게 대하던 독자들에게 새로운 눈을 열어 준다. 다만 이 책을 권할 때 함께 말해 둘 것이 있다. 골즈워디의 틀은 강력하지만, 모든 성경 본문을 도식에 끼워 맞추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하나님의 나라라는 렌즈는 성경을 보는 데 유익하나, 그것이 본문의 풍부함을 단순화하는 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저자 자신도 이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좋은 도구가 그러하듯, 이 틀도 본문을 여는 데 쓰여야지 본문을 가두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 한국 교회의 독자에게 이 책은 성경을 다시 읽는 법을 가르친다. 조각조각 알던 이야기들이 하나의 그림으로 모이고, 구약의 낯선 본문들이 그리스도를 향한 화살표로 읽히기 시작한다.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아 입문서로 적합하다. 성경을 평생 읽어 왔으나 그 전체가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한 번도 또렷이 정리하지 못했다면, 이 책이 그 흩어진 조각들을 한 흐름으로 이어 줄 것이다. 성경의 줄거리를 알 때, 비로소 개별 본문도 제자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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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연

작성일 : 202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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