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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침례교 총회 결의안 슬레이트 공개… '경계를 긋는 교단'의 자화상

이준혁 기자·기사작성일 : 2026-06-07 00:00
남침례교 총회 결의안 슬레이트 공개… '경계를 긋는 교단'의 자화상

Photo by Sophie Spree on Unsplash

미국 최대 개신교 교단인 남침례교(SBC)가 6월 9일부터 10일까지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연례총회를 연다. 결의위원회가 상정한 결의안 슬레이트가 공개됐다. 목사직, 디지털 시대의 교회, 정치적 폭력, 이민, 조력자살, 반유대주의가 한자리에 올랐다. 먼저 짚을 것은 절차다. 위원장 헌터 베이커는 올해 새 안건을 작성하지 않고 제출된 결의안만으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결의안은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채택된다. 지금은 제안 단계다. 채택 여부와 자구는 총회장에서 바뀔 수 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목사직 결의안이다. 결의안은 목사, 장로, 감독이 같은 직분이며 그 직분은 성경 자격을 갖춘 남성에 한정된다고 재확인한다. 핵심은 호칭과 직분의 분리를 막으려는 데 있다. 목회의 책임을 지지 않는 역할에 '목사' 호칭을 붙이지 말라는 요청이다. 동시에 결의안은 여성의 사역 기여에 감사하며, 성경적으로 신실한 방식으로 여성을 세워갈 것을 권한다. 디지털 시대 결의안도 같은 결에 있다. 결의안은 몸으로 모이는 정기적 회집이 교회됨에 본질적이며, 디지털 참여만으로는 그 패턴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본다. 세례와 성찬은 가상으로 시행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정치 관련 결의안은 한국 독자가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치적 폭력 결의안은 가해자나 피해자의 이념, 정당, 정체성과 무관하게 모든 형태의 정치적 폭력을 규탄한다. 동시에 신자가 정치적 소속에서 일차적 정체성을 끌어내는 것을 거부하고, 정치적 우상숭배를 경계할 것을 촉구한다. 이민 결의안은 더 분명하다. 사면(amnesty)을 거부하는 동시에, 토착주의(nativism)와 종족 민족주의도 함께 거부한다. 어느 진영의 구호로도 환원되지 않으려는 의도적 양면 배치다. 슬레이트를 관통하는 한 가지 긴장이 있다. 거의 모든 결의안이 경계를 다룬다. 직분의 경계, 몸과 디지털의 경계, 신앙과 정치의 경계, 생명과 죽음의 경계다. 교단은 문화의 압력 앞에서 자기 윤곽을 다시 그리는 중이다. 이는 강함의 표시이자 불안의 표시이기도 하다. 경계를 거듭 선언해야 하는 공동체는, 그 경계가 이미 흔들리고 있음을 안다. 한국 교회에도 낯선 풍경이 아니다. 목사 호칭의 남발, 온라인 예배의 정착, 정치 진영과 강단의 결합은 모두 한국 교계의 현안이다. 다만 결의안이 곧 처방은 아니다. 베이커 위원장조차 이민이 정의와 자비를 함께 요구하는, 교회와 국가 모두에 까다로운 사안이라고 인정했다. 경계를 긋는 일과 사람을 품는 일이 어떻게 한 문장 안에 설 수 있는가. 결의안의 문구가 아니라 교회의 실천이 답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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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작성일 : 2026-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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