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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을 삶으로 옮긴 사람, 우리 곁의 제임스 패커

최다은 기자·기사작성일 : 2026-05-31 00:00
신학을 삶으로 옮긴 사람, 우리 곁의 제임스 패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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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라고 하면 서재에 파묻혀 어려운 글을 쓰는 사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깊은 신학을 평범한 신자의 손에 쥐여 준 사람이 있다. 영국 출신의 신학자 제임스 패커다. 그의 이름은 낯설어도 그의 대표작 하나님을 아는 지식(Knowing God)은 한국 교회에서도 오래 사랑받아 온 책이다. 패커는 깊은 신학과 보통 신자의 삶 사이에 다리를 놓은 사람이었다. 패커의 생애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그가 학문적 신학자이면서 동시에 평신도를 위한 글을 평생 썼다는 사실이다. 그는 청교도 신학을 깊이 연구한 학자였다. 17세기 영국 청교도들이 남긴 방대한 저작을 파고들었고, 그들의 신학을 현대에 되살리는 데 힘썼다. 이 연구의 결실은 청교도 사상(A Quest for Godliness)이라는 책으로 집약되었는데, 청교도들의 경건관과 신학 방법론을 현대 독자에게 소개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그러나 그는 이 깊은 연구의 결실을 학자들끼리만 나누지 않았다. 보통 신자가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냈다. 이것이 패커의 가장 큰 공헌이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이다. 하나님에 관해 아는 것과 하나님을 아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신학 지식을 많이 쌓는 일과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아는 일은 같지 않다. 패커는 신학의 목적이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살아 있는 관계에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에게 신학은 결국 예배로 이어져야 하는 것이었다. 머리의 지식이 마음의 경배로 흐르지 않는다면 그 신학은 절반에 그친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 외에 패커가 쓴 다른 책들도 함께 살펴볼 만하다. 성령을 아는 지식(Keep in Step with the Spirit)은 성령론을 체계적으로 다루면서도 은사주의 논쟁에 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복음주의란 무엇인가(Evangelism and the Sovereignty of God)는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전도 책임이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를 보여 주는 얇지만 밀도 높은 책이다. 이 작은 책을 통해 많은 한국 교인들이 복음주의 신학의 핵심에 처음 입문했다. 패커가 오늘의 한국 교회 독자에게 주는 가르침은 시의적절하다. 한국 교회에는 두 극단이 있다. 한쪽은 신학을 어렵고 차가운 것으로 여겨 멀리한다. 다른 쪽은 신학 지식을 쌓는 일 자체를 신앙의 성숙으로 착각한다. 패커는 두 극단을 모두 넘어선다. 신학은 모든 신자의 것이며, 동시에 그 신학은 반드시 하나님을 사랑하는 삶으로 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권할 때 함께 일러 둘 것이 있다. 입문서라고는 하나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한 장 한 장이 묵상을 요구한다. 빠르게 읽어 치우기보다 천천히, 한 주제씩 곱씹으며 읽기를 권한다. 가능하다면 혼자보다 함께 읽고 나누는 편이 좋다. 소그룹에서 한 달에 한 장씩 함께 읽고 삶에 적용한다면, 패커가 의도했던 방식으로 이 책을 가장 잘 활용하는 셈이 된다. 신학을 어렵게만 여겨 온 신자, 혹은 지식은 쌓았으나 그것이 삶과 따로 노는 신자에게 패커를 권한다. 그는 깊은 신학이 결코 보통 신자의 것이 아닌 적이 없었음을 보여 준다. 하나님을 아는 일은 신학자의 특권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의 부르심이다. 패커가 평생 붙든 이 확신이, 그의 책장을 넘기는 오늘의 독자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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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은

작성일 : 202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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