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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의 회심, 어거스틴이 오늘의 그리스도인에게 남긴 것

유찬호 기자·기사작성일 : 2026-05-31 00:00
지성의 회심, 어거스틴이 오늘의 그리스도인에게 남긴 것

Photo by Mark Rasmuson on Unsplash

기독교 역사에서 한 사람만 꼽으라면 많은 신학자가 주저 없이 그를 든다. 히포의 어거스틴이다. 4세기에서 5세기를 살아간 이 북아프리카의 신학자는 종교개혁가들이 끊임없이 돌아간 샘이었다. 칼뱅과 루터 모두 자신을 어거스틴의 후예로 여겼다. 개혁주의 신학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반드시 만나는 인물이 바로 그다. 어거스틴의 삶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다. 그는 젊은 시절 방탕한 삶을 살았고, 진리를 찾아 여러 사상을 전전했다. 한때는 마니교라는 이원론적 종교에 빠졌고, 수사학자로 명성을 좇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것도 그의 영혼을 채우지 못했다. 그의 자서전 고백록(Confessiones)은 이 방황의 기록이자, 마침내 하나님께 붙들린 영혼의 고백이다.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문장은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구절 가운데 하나다. 주께서 우리를 주님을 향하도록 지으셨기에, 우리 마음은 주 안에서 안식하기까지 쉴 수 없다는 고백이다. 어거스틴이 개혁주의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은혜에 관한 가르침이다. 그는 펠라기우스라는 인물과 격렬히 논쟁했다. 펠라기우스는 인간이 본래 선하며 의지의 노력으로 죄를 이기고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다. 어거스틴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인간은 죄에 깊이 물들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으며, 구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값없는 은혜라는 것이다. 인간이 선을 행할 수 있는 것조차 은혜가 먼저 작용한 결과라고 보았다. 이 통찰이 천 년 뒤 종교개혁의 오직 은혜라는 표어로 다시 타올랐다. 고백록을 읽는 것은 신학 공부 이전에 한 영혼의 여정을 따라가는 일이다. 어거스틴은 자기의 죄를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진리를 알면서도 저항했던 순간들을 정직하게 기록한다. 특히 회심 직전의 장면은 읽는 이를 붙든다. 정원에서 어린아이의 소리를 들으며 성경 한 구절을 펼쳐 읽는 그 순간, 그는 마침내 저항을 내려놓는다.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항복이었다. 이 장면은 구원이 설득이 아니라 은혜의 역사임을 몸으로 보여 준다. 어거스틴을 읽을 때 분별할 점도 있다. 그는 위대한 신학자였으나 모든 견해가 후대에 그대로 계승된 것은 아니다. 개혁주의 전통은 어거스틴의 은혜론을 깊이 받아들이면서도, 그가 속했던 시대의 일부 견해는 성경의 빛 아래 다시 검토했다. 위대한 인물을 따른다는 것은 그의 모든 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일이 아니라, 그가 붙든 진리의 핵심을 이어받는 일이다. 어거스틴이 오늘의 그리스도인에게 주는 가르침은 두 가지다. 첫째, 지성과 신앙은 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거스틴은 당대 최고의 지성이었고, 그 지성으로 신앙을 깊이 파고들었다. 믿기 위해 머리를 끄려는 태도도, 머리를 위해 믿음을 버리는 태도도 그에게는 낯선 것이었다. 둘째, 인간은 무언가를 사랑하도록 지음받은 존재라는 것이다. 어거스틴은 인간의 문제를 잘못된 대상을 사랑하는 데서 찾았다. 구원이란 사랑의 방향이 하나님께로 바로잡히는 일이다. 이 통찰은 오늘의 정체성 논쟁과 욕망의 문화 한복판에서 더욱 날카롭게 빛난다. 지친 영혼으로 진리를 찾아 헤매던 한 사람이 마침내 안식을 찾은 이야기. 그것이 어거스틴의 생애다. 그의 고백은 오늘도 같은 갈망을 안고 사는 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우리 마음은 그분 안에서 쉬기까지 쉴 수 없다는 그 한 문장이, 1600년의 시간을 건너 여전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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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찬호

작성일 : 202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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