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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투표소 앞에 선 그리스도인, 신앙은 한 표를 어떻게 던지게 하는가

최다은 기자·기사작성일 : 2026-05-31 00:00
투표소 앞에 선 그리스도인, 신앙은 한 표를 어떻게 던지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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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 되면 교회는 곤혹스러운 자리에 선다. 강단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해야 하는가, 아니면 정치는 교회 밖의 일이니 침묵해야 하는가. 한국 교회는 이 두 극단 사이에서 오래 흔들려 왔다. 어떤 교회는 강단을 정치 집회처럼 만들었고, 어떤 교회는 모든 사회적 발언을 회피했다. 두 태도 모두 그리스도인의 시민적 책임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먼저 분명히 할 것이 있다. 교회는 어느 정당, 어느 후보를 지지하라고 말하는 기관이 아니다. 강단이 특정 진영의 확성기가 되는 순간 복음은 정파의 도구로 좁혀진다.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성도들이 정치적 판단에서는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으며, 그 차이가 신앙의 우열을 가르지 않는다. 교회가 가르칠 것은 누구를 찍으라는 답이 아니라, 어떤 눈으로 그 판단에 임할 것인가 하는 분별의 틀이다. 그 틀의 첫 자리에 인간 이해가 있다. 성경은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았으나 동시에 죄에 물든 존재임을 가르친다. 이 이중의 진리는 정치를 보는 균형 잡힌 시선을 준다. 어떤 후보도, 어떤 정당도 구원자가 아니다. 한 사람에게 메시아적 기대를 거는 일은 신앙적으로 위험하다. 동시에 그 누구도 절대적인 악으로 단정할 수 없다. 죄인이 죄인을 심판하는 자리에서 자기 진영만을 의로 여기는 태도는 성경이 경계하는 교만이다. 두 번째 자리에는 권세에 대한 이해가 있다. 성경은 세상의 권세가 하나님에게서 나왔다고 가르치는 동시에, 그 권세가 정의를 행할 책임을 진다고 말한다. 그리스도인이 투표하는 행위는 이 책임을 묻는 일과 맞닿아 있다. 후보의 인격과 정책이 약자를 보호하는가, 정의를 세우는가, 거짓을 멀리하는가를 살피는 것은 신앙과 무관한 세속의 일이 아니다. 하나님이 다스리는 세상에서 청지기로 사는 일의 일부다. 여기서 두 가지 흔한 오해를 짚을 필요가 있다. 하나는 신앙과 정치를 완전히 분리하는 태도다. 투표는 사적인 선택일 뿐 신앙과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주권이 정치 영역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과 맞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신앙을 곧 특정 정치 노선과 동일시하는 태도다.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반드시 어느 편을 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복음을 인질로 삼아 정치적 결론을 강요하는 일이다. 첫째 태도는 신앙을 정치에서 분리해 무력하게 만들고, 둘째 태도는 신앙을 정치에 종속시켜 변질시킨다. 균형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스도인은 한 표를 진지하게 던지되, 그 한 표에 영원을 걸지 않는다. 선거의 결과가 중요하지만, 교회의 소망이 선거 결과에 달려 있지는 않다. 어느 편이 이기고 지든 교회는 여전히 복음을 전하고 이웃을 섬기는 자리에 선다. 이 분별이 있을 때 그리스도인은 정치에 참여하면서도 정치에 삼켜지지 않는다. 한국 교회가 선거 앞에서 회복해야 할 것은 침묵도, 진영의 함성도 아니다.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신앙의 눈으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분별의 근육을 길러주는 일이다. 답을 대신 내려주는 교회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할지를 가르치는 교회다. 투표소에 들어서는 성도가 자기 신앙과 양심에 따라 한 표를 던지고, 그 결과가 무엇이든 다음 날 다시 이웃을 섬기러 나서는 것. 그것이 선거철의 교회가 길러내야 할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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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은

작성일 : 202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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